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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⑬ 『적(The Enemy)』이 보여 주는 적대감의 심리학 우리는 어떻게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게 될까요? “그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야.” “저쪽 사람들은 우리와 달라.” “저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어.” 갈등이 시작되면 우리는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보기보다 ‘나쁜 사람’, ‘문제 있는 사람’,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보기 쉽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에는 나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상대방도 두려움과 상처, 지키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인식이 극단적으로 커지면 상대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할 ‘적’이 됩니다.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림을 그린 『적』은 마주 보는 두 개의 참호에서 시작합니다. 한쪽 참호에는 한 병사가 있고, 건너편 참호에는 그가 죽여야 한다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제대로 본 적이 없지만 각자 상대가 잔인한 괴물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정말 서로 다른 존재일까요? 전쟁을 계속하게 만드는 진짜 힘은 무엇일까요? 두 개의 참호와 두 명의 병사 넓고 황량한 전쟁터에 두 개의 참호가 있습니다. 한 참호에는 병사 한 명이 숨어 있고, 건너편 참호에는 적군 병사 한 명이 있습니다. 병사는 아침마다 총을 한 발 쏘며 적의 움직임을 살핍니다. 그는 배가 고프고 외롭습니다. 비가 내리면 몸을 피할 곳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불을 피우고 싶지만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들킬까 봐 참아야 합니다. 병사는 전쟁이 시작될 때 총과 함께 전투 지침서를 받았습니다. 그 책에는 적이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인간이 아닌 야수라고 적혀 있습니다. 적을 먼저 죽이지 않으면 자신과 가족이 죽는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병사는 전쟁이 왜 끝나지 않는지 알 수 없으면서도 계속 참호를 지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