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초상화 — 우리는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본 적이 있을까
엄마의 초상화 우리는 엄마를 한 사람으로 바라본 적이 있을까 ? 어릴 때 엄마는 그저 ‘엄마’였습니다. 밥을 차려 주는 사람, 아프면 밤새 걱정하는 사람, 학교에 갈 때 준비물을 챙겨 주는 사람, 잘못했을 때 야단치고 힘들 때는 가장 먼저 달려오는 사람. 우리는 오랫동안 엄마를 나를 돌보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엄마에게도 자신만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좋아하는 것과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으며, 사랑하고 상처받았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자주 잊습니다. 엄마도 한때는 누군가의 어린 딸이었습니다. 친구와 사소한 일로 웃고, 혼자 울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상상하던 소녀였습니다. 유지연 작가의 그림책 『엄마의 초상화』라는 제목을 바라보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엄마가 나를 바라보던 얼굴은 기억하면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엄마 얼굴을 떠올려 본 적이 있을까요? ‘엄마’라는 역할 뒤에 가려진 한 사람 가족을 이해할 때 필요한 태도 중 하나는 역할과 사람을 구분하여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족에게 여러 이름을 붙입니다. 엄마, 아빠, 아내, 남편, 딸, 아들. 이러한 이름은 가족 안에서 각자의 자리와 관계를 알려 줍니다. 그러나 하나의 역할이 너무 커지면 그 안에 있는 개인의 모습은 희미해지기도 합니다. 엄마에게는 늘 따뜻하고 희생적이며, 자녀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는 기대가 따라옵니다. 힘들어도 견뎌야 하고, 자신의 욕구보다 가족을 앞세워야 한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엄마도 기쁨과 슬픔, 욕구와 한계를 가진 한 사람입니다.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고, 친구들과 웃던 소녀였습니다. 좋아하는 음식과 가고 싶은 곳이 있었고, 이루지 못한 꿈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로는 외롭고 억울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의 기억 속 엄마는 좀처럼 그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