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 ― 아무것도 희망적이지 않은 날에도
『빨간 나무』가 들려주는 희망의 심리학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하루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이의 하루는 무겁습니다.
세상은 회색빛이고 아이는 혼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밖으로 나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은 너무 크고 자신은 한없이 작게 느껴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숀 탠은 이런 감정을 자세한 설명 대신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빨간 나무》를 읽다 보면 한 아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의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세상도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이 마음속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평범한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마음이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의 무심한 표정 하나에도 상처받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를 하고도
“나는 왜 이것도 못하지?”
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부정적으로 예상합니다.
“내일도 똑같을 거야.”
《빨간 나무》 속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정말 절망으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지금 아이의 마음이 세상을 그렇게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힘들어지면 외로움도 커집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혼자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
누군가 물어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힘듭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하지 못합니다.
《빨간 나무》는 바로 이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거대한 세상 속에서 아주 작아진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외롭고 무력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았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너무 빨리 희망을 말하지 않기
누군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말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일도 있을 거야.”
“힘내.”
물론 좋은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말들이 힘든 사람에게 닿지 않습니다.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보다
“정말 힘들었겠다.”
라는 한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빨간 나무》 역시 아이에게 서둘러 희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동안 아이와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갑니다.
저는 이것이 이 그림책의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빨간 잎 하나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천천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둡고 기묘한 장면들 속에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독자는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희망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사랑일 수도 있고,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주 작다는 것입니다.
희망은 언제나 거대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때때로 아주 작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우리는 거창한 변화를 기대합니다.
“다시 행복해져야지.”
“예전처럼 돌아가야지.”
하지만 회복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 밥 한 끼를 먹은 것.
커튼을 열어 햇빛을 본 것.
친구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 것.
밖으로 나가 10분을 걸은 것.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들은 것.
그것이 그날의 빨간 잎일 수 있습니다.
작다고 해서 희망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만나는 빨간 나무
힘겨운 하루를 보낸 아이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만납니다.
방 안에 아름다운 빨간 나무가 자라 있습니다.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어느새 커다란 나무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희망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절망 속에 있을 때도 삶 어딘가에는 작은 빨간 잎 하나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희망은 반드시 확신일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잘될 거야.”
우리가 언제나 이렇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릅니다.
그래서 희망은 확신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만 더 살아보자.”
이것도 희망입니다.
“다시 시작할 자신은 없지만 일단 한 걸음만 가보자.”
이것도 희망입니다.
《빨간 나무》가 보여주는 희망 역시 그런 모습입니다.
어둠을 모두 없애버리는 거대한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작은 빨간 잎 하나입니다.
나의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친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이나 음악, 책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매일 걷는 산책길일 수도 있습니다.
내일 아침 마실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희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빨간 잎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덮으며
《빨간 나무》는 우리에게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힘내.”
“긍정적으로 생각해.”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러니 오늘 마음이 힘들다면 굳이 커다란 희망을 찾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면 됩니다.
오늘 나를 웃게 한 것.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사람.
잠시라도 마음이 편안했던 순간.
그것 하나를 찾아보세요.
오늘 발견한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언젠가 내 마음에서 커다란 빨간 나무로 자랄지도 모르니까요.
마인드렌즈 질문
-요즘 나의 마음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가요?
-최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
-힘들 때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이나 장소는 어디인가요?
-오늘 하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빨간 잎’ 하나는 무엇인가요?
-내 마음속에 빨간 나무가 자란다면 그 나무에는 무엇이 열렸으면 좋겠나요?
마인드렌즈 한 문장
희망은 절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작은 빨간 잎 하나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그 잎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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