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나무 ― 아무것도 희망적이지 않은 날에도

 『빨간 나무』가 들려주는 희망의 심리학

아무것도 희망적이지 않은 날에도

아침에 눈을 떴는데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분명한 이유를 찾기 어렵지만 모든 일이 힘겹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조차 버겁습니다.

몸을 일으키는 일도, 사람을 만나는 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일도 커다란 숙제처럼 다가옵니다.

그런 날에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언젠가는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까?”

숀 탠(Shaun Tan)의 그림책 『빨간 나무(The Red Tree)』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이 책은 힘든 사람에게 성급하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둡고 낯선 세계를 한 아이와 함께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작지만 선명한 빨간색 하나를 남겨 놓습니다.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하루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이의 하루는 무겁습니다.

아이의 방에는 검은 잎들이 떨어져 쌓여 있습니다. 세상은 어둡고 아이는 혼자 남겨진 것처럼 보입니다.

밖으로 나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은 너무 크지만 자신은 한없이 작게 느껴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숀 탠은 아이의 감정을 자세한 말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거대한 물고기, 낯선 기계와 건물, 병 속에 갇힌 아이처럼 비현실적이고 기묘한 장면을 통해 마음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빨간 나무』를 읽다 보면 한 아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나의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외로움과 무력감이 그림 속에 이미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 세상도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감정이 마음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마음이 편안한 날에는 평범한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짧은 인사에서도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마음이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의 무심한 표정 하나에도 쉽게 상처받습니다. 작은 실수를 하고도 자신을 심하게 비난하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까지 부정적으로 예상합니다.

“나는 왜 이것도 못하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내일도 오늘과 똑같을 거야.”

“앞으로도 좋은 일은 생기지 않을 거야.”

이럴 때는 지금의 감정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빨간 나무』 속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실제로 절망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지금 아이의 마음이 세상을 어둡고 위협적인 곳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감정은 현실이 아니라고 간단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순간 당사자가 경험하는 세상에서는 감정도 분명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금 보이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힘들어지면 외로움도 커집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는 일조차 어렵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

“뭐가 그렇게 힘들어?”

누군가 물어보아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사건 하나로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모든 것이 힘겹습니다.

마음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말해도 이해받지 못할 것 같고, 괜히 상대를 힘들게 만들 것 같아 침묵하게 됩니다.

『빨간 나무』는 이처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거대한 세계 속에서 아주 작아진 아이, 병 속에 갇힌 아이,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외롭고 무력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았습니다.

그림책의 그림은 때때로 말보다 먼저 마음에 도착합니다.

“나도 이런 기분이었어.”

한 장의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발견하는 순간, 설명할 수 없었던 마음에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너무 빨리 희망을 말하지 않기

누군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말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 잘될 거야.”

“좋은 일도 있을 거야.”

“힘내.”

좋은 뜻에서 건네는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말이 힘든 사람의 마음에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나 낙관적인 전망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한마디일 수 있습니다.

“정말 힘들었겠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말하고 싶을 때까지 곁에 있을게.”

힘든 사람에게 희망을 너무 빨리 말하면 현재의 슬픔을 충분히 느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처럼 전달될 수 있습니다. 아직 걸을 힘이 없는 사람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재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 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 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빨간 나무』도 아이에게 서둘러 희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의 어두운 감정을 고치거나 지우려 하지 않고, 한동안 아이와 함께 낯설고 어두운 세계를 걸어갑니다.

이것이 이 그림책이 주는 특별한 위로입니다.


어두운 장면마다 빨간 잎 하나가 있습니다

『빨간 나무』의 그림을 천천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둡고 기묘한 장면 속에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너무 작아서 독자도 처음에는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빨간 잎은 아이의 하루를 조용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희망으로 읽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사랑이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게 하는 아주 작은 이유를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림책은 빨간 잎의 의미를 하나로 정해 주지 않습니다. 독자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그 잎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빨간 잎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것이 가까이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희망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지쳐서 그것을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좋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혼자인 것 같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네가 못 보고 있을 뿐이야”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 역시 상대의 현재 감정을 부정하는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힘든 것 같아.”

“네가 찾을 힘이 생길 때까지 내가 곁에 있을게.”

“혼자 찾기 어렵다면 우리 함께 살펴보자.”

희망을 찾는 일도 혼자 해야 하는 숙제는 아닙니다.

내가 빨간 잎을 발견할 힘이 없을 때 누군가가 곁에 앉아 함께 바라봐 줄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빨간 잎이 되기도 합니다.


희망은 때때로 아주 작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우리는 커다란 변화를 기대합니다.

“다시 행복해져야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앞으로 잘될 거라고 믿어야지.”

하지만 희망은 언제나 확신에 찬 모습으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힘든 날의 희망은 아주 작을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듣고 싶은 마음,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 창밖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나 읽던 책의 다음 장이 궁금하다는 마음도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작다고 해서 희망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희망은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아니라, 지금의 고통이 세상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두는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만나는 빨간 나무

힘겨운 하루를 보낸 아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만납니다.

방 안에는 선명하고 아름다운 빨간 나무가 자라 있습니다. 아이는 나무를 바라보고, 어둡기만 했던 얼굴에는 작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장면마다 숨어 있던 빨간 잎이 마지막에 만나는 빨간 나무와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하루의 모든 슬픔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내일 또다시 힘든 날이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빨간 나무가 중요한 것은 어둠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절망을 완전히 없앤 뒤에야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절망과 희망은 같은 하루 안에 함께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하루 동안 빨간 잎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빨간 잎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희망은 확신이 아니어도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이 잘될 거야”라고 믿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내가 원하는 결과가 반드시 찾아온다고 약속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희망은 확신과 조금 다릅니다.

“잘될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이야기해 보자.”

“다시 시작할 자신은 없지만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해보자.”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몰라.”

이런 마음도 희망입니다.

『빨간 나무』가 보여주는 희망도 어둠을 모두 없애는 거대한 빛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아이의 곁을 따라다니는 작은 빨간 잎 하나입니다.





나의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때 다시 삶과 연결되도록 돕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이나 친구가 빨간 잎이 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과 음악, 책이 그 역할을 합니다.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매일 걷는 산책길이나 바다가 보이는 창가일 수도 있습니다. 조용한 기도나 따뜻한 커피 한 잔,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한 사람과의 약속일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힘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사소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의 크기와 가치는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없습니다. 나를 오늘과 연결하고 다음 순간으로 데려가는 것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다른 사람의 희망을 따라가기보다 나에게 의미 있는 빨간 잎이 무엇인지 천천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빨간 잎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희망을 발견하는 일이 또 다른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왜 작은 희망조차 찾지 못할까?”

“왜 다른 사람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할까?”

이렇게 자신을 다시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빨간 잎을 찾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보이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혼자 애써 찾기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지금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곁에 있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무기력과 절망이 오래 지속되어 잠과 식사, 일과 관계 같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그림책이나 자기돌봄만으로 견디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나 의료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해치고 싶은 생각이 들거나 당장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면 혼자 머물지 말고 가까운 사람에게 즉시 알린 뒤 응급실이나 긴급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빨간 잎을 향해 손을 내미는 행동입니다.


그림책을 덮으며

『빨간 나무』는 우리에게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힘내.”

“긍정적으로 생각해.”

“모든 일이 잘될 거야.”

대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너무 힘들어서 보이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오늘 마음이 힘들다면 굳이 커다란 희망을 찾아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오늘 나를 잠시 편안하게 한 것,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사람,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준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지금은 찾지 못한 빨간 잎을 누군가와 함께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작은 빨간 잎 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살아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인드렌즈 질문

  1. 요즘 나의 마음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가요?
  2. 최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3. 『빨간 나무』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4. 힘들 때 나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나 장소는 어디인가요?
  5. 내가 누군가의 빨간 잎이 되어준 적이 있나요?
  6. 오늘 하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빨간 잎은 무엇인가요?
  7. 내 마음속에 빨간 나무가 자란다면 그 나무에는 무엇이 열렸으면 좋겠나요?


마인드렌즈 한 문장

희망은 절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작은 빨간 잎 하나인지도 모릅니다.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하루

이야기의 시작부터 아이의 하루는 무겁습니다.

세상은 회색빛이고 아이는 혼자인 것처럼 보입니다.

밖으로 나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것 같고, 세상은 너무 크고 자신은 한없이 작게 느껴집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숀 탠은 이런 감정을 자세한 설명 대신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빨간 나무를 읽다 보면 한 아이의 하루를 보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 자신의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세상도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이 마음속에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평범한 풍경도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마음이 힘들 때는 다른 사람의 무심한 표정 하나에도 상처받습니다.

작은 실수 하나를 하고도

나는 왜 이것도 못하지?”

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부정적으로 예상합니다.



내일도 똑같을 거야.”

빨간 나무속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정말 절망으로만 가득 차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지금 아이의 마음이 세상을 그렇게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힘들어지면 외로움도 커집니다.

주변에 사람이 있어도 혼자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

누군가 물어도 정확히 대답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냥 힘듭니다.

그래서 때로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하지 못합니다.

빨간 나무는 바로 이런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거대한 세상 속에서 아주 작아진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외롭고 무력할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았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너무 빨리 희망을 말하지 않기


누군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말합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좋은 일도 있을 거야.”

힘내.”

물론 좋은 뜻에서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말들이 힘든 사람에게 닿지 않습니다.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책보다

정말 힘들었겠다.”

라는 한마디일 수도 있습니다.

상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슬픔을 빨리 없애려고 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빨간 나무역시 아이에게 서둘러 희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한동안 아이와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갑니다.

저는 이것이 이 그림책의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빨간 잎 하나가 있습니다

이 그림책을 천천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둡고 기묘한 장면들 속에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독자는 찾을 수 있습니다.


그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희망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사랑일 수도 있고,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주 작다는 것입니다.

희망은 언제나 거대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때때로 아주 작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우리는 거창한 변화를 기대합니다.

다시 행복해져야지.”

예전처럼 돌아가야지.”

하지만 회복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오늘 밥 한 끼를 먹은 것.

커튼을 열어 햇빛을 본 것.

친구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 것.

밖으로 나가 10분을 걸은 것.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을 들은 것.

그것이 그날의 빨간 잎일 수 있습니다.

작다고 해서 희망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만나는 빨간 나무


힘겨운 하루를 보낸 아이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놀라운 광경을 만납니다.

방 안에 아름다운 빨간 나무가 자라 있습니다.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어느새 커다란 나무가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희망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절망 속에 있을 때도 삶 어딘가에는 작은 빨간 잎 하나가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희망은 반드시 확신일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잘될 거야.”

우리가 언제나 이렇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릅니다.

그래서 희망은 확신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만 더 살아보자.”

이것도 희망입니다.

다시 시작할 자신은 없지만 일단 한 걸음만 가보자.”

이것도 희망입니다.

빨간 나무가 보여주는 희망 역시 그런 모습입니다.

어둠을 모두 없애버리는 거대한 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은 작은 빨간 잎 하나입니다.


나의 빨간 잎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그때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친구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림이나 음악, 책일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일 수도 있고, 매일 걷는 산책길일 수도 있습니다.

내일 아침 마실 커피 한 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희망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빨간 잎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을 덮으며

빨간 나무는 우리에게 쉽게 말하지 않습니다.

힘내.”

긍정적으로 생각해.”

대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러니 오늘 마음이 힘들다면 굳이 커다란 희망을 찾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면 됩니다.

오늘 나를 웃게 한 것.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넨 사람.

잠시라도 마음이 편안했던 순간.

그것 하나를 찾아보세요.

오늘 발견한 작은 빨간 잎 하나가 언젠가 내 마음에서 커다란 빨간 나무로 자랄지도 모르니까요.



마인드렌즈 질문


-요즘 나의 마음을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색인가요?

-최근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요?

-힘들 때 나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사람이나 장소는 어디인가요?

-오늘 하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빨간 잎하나는 무엇인가요?

-내 마음속에 빨간 나무가 자란다면 그 나무에는 무엇이 열렸으면 좋겠나요?


마인드렌즈 한 문장

희망은 절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아직 사라지지 않은 작은 빨간 잎 하나를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그 잎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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