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머리 토리 ― 남들과 다른 나는 정말 이상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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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토리
남들과 다른 나는 정말 이상한 걸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모습이 하나쯤 있습니다.
조금 큰 코나 작은 키처럼 눈에 보이는 특징일 수도 있고, 말투나 성격, 서툰 행동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지 못할까?”
“사람들이 내 모습을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이런 나를 친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그저 작은 차이였는데,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어느 순간 그것은 ‘나의 단점’이 됩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그것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정말 내가 처음부터 싫어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말과 시선을 통해 단점이라고 믿게 된 것은 아닐까요?
채정택 작가가 글을 쓰고 윤영철 작가가 그림을 그린 그림책 『빨강 머리 토리』는 독특한 머리카락 때문에 곤란을 겪는 토리의 이야기를 통해 콤플렉스와 수치심, 그리고 자기수용에 관해 생각하게 합니다.
어느 날, 머리카락이 마구 자라기 시작했다
토리는 빨간 머리를 가진 아이입니다.
어느 날 아침, 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어마어마하게 자란 것을 알게 됩니다. 산처럼 커진 머리카락은 가만히 있지도 않습니다. 에펠탑이 되었다가 발레리나가 되는 등 제멋대로 모양을 바꿉니다.
토리는 커다란 머리카락을 이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토리에게 향합니다. 친구들은 토리의 독특한 머리카락을 바라보고 놀리기도 합니다.
머리카락이 커질수록 토리의 창피함도 함께 커집니다.
처음부터 빨간 머리가 문제였던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친구들의 시선과 반응이 더해지면서 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감추고 싶은 결점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토리의 머리카락은 우리가 감추고 싶어 하는 콤플렉스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왜 남들과 다르면 부끄러울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왜 친구보다 키가 작지?”
“나는 왜 말을 잘하지 못하지?”
“왜 나만 안경을 쓰지?”
“나는 왜 친구들과 다르게 생겼지?”
이러한 생각은 처음에는 단순한 차이를 발견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문제는 그 차이에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더해질 때 생깁니다.
“너는 왜 그래?”
“이상하다.”
“쟤 좀 봐.”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듣게 되면 아이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친구와 다르다”라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입니다.
단순한 차이가 자신의 가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바뀌는 순간, 마음속에는 수치심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죄책감과 수치심은 어떻게 다를까?
죄책감과 수치심은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감정입니다.
죄책감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생각과 연결됩니다.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수정하거나 사과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수치심은 행동이 아니라 자기 존재 전체를 부정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나는 잘못된 사람이야.”
그래서 수치심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듭니다.
“나는 못생겼어.”
“나는 이상해.”
“나는 다른 사람보다 부족해.”
“사람들이 진짜 나를 알면 싫어할 거야.”
자신이 가진 하나의 특징을 자기 전체의 가치로 확대해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특징이 그 사람의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키가 작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며, 말을 더듬는다고 해서 생각까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보다 느리다고 해서 가치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토리 역시 빨간 머리를 가진 아이이지, 빨간 머리로만 설명되는 아이는 아닙니다.
콤플렉스는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 커진다
거울을 볼 때 우리는 정말 자신의 눈으로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어쩌면 거울 속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도 함께 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 부모의 비교, 선생님의 평가, 사회가 정해 놓은 외모와 성공의 기준이 마음속에 쌓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자신의 목소리처럼 반복합니다.
“나는 이것 때문에 부족해.”
“이 모습만 없으면 더 사랑받을 텐데.”
“다른 사람처럼 되어야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어.”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정말 그것은 나의 결점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기준을 너무 오래 바라보다 보니 결점이라고 믿게 된 것일까요?
콤플렉스는 반드시 특징 자체에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 특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그것을 받아들인 자신의 해석이 콤플렉스를 더욱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나에게도 ‘빨간 머리’가 있을까?
『빨강 머리 토리』에 나오는 빨간 머리는 단순한 머리카락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빨간 머리’가 있습니다.
남들이 알아차릴까 봐 감추고 싶은 모습, 누군가 지적하면 갑자기 작아지는 마음,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마다 자신감을 잃게 하는 특징이 그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외모 때문에 자신을 미워합니다.
어떤 사람은 소심한 성격을 부끄러워합니다.
어떤 사람은 실수했던 과거를 감추고 싶어 합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느린 자신의 속도를 못마땅해합니다.
그런데 내가 평생 없애려고 했던 그 모습이 반드시 제거해야 할 결점일까요?
조심성이 많은 성격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말수가 적은 사람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깊이 듣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특징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상황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했던 모습도 나를 이루는 하나의 색일 수 있습니다.
자기수용은 “나는 완벽하다”라고 믿는 것이 아니다
자기수용을 자신감이나 자기최면과 혼동하기 쉽습니다.
“나는 최고야.”
“나는 무엇이든 잘할 수 있어.”
“내게는 단점이 하나도 없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자기수용은 아닙니다.
자기수용은 자신의 부족함을 무조건 장점으로 포장하는 것도 아니며, 불편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수용은 오히려 담담한 태도에 가깝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나에게는 잘하는 것도 있고 서툰 것도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모습도 있고 바꾸고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성공했던 경험도 있지만, 떠올리면 부끄러운 실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을 합친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자기수용은 단점을 모두 없앤 뒤에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자기 존재 전체를 미워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이렇게 자신에게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평가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조금씩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외모나 행동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면 어른들은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합니다.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친구들이 장난친 거야.”
“네가 훨씬 예뻐.”
“그 정도 일로 속상해하면 안 돼.”
아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이미 마음 아픈 일이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해결책을 말하기 전에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친구들이 그렇게 말해서 많이 창피했구나.”
“학교에 가기 싫을 만큼 속상했구나.”
“사람들이 너를 쳐다보는 것 같아서 불편했구나.”
감정을 충분히 인정해 준 다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뜻일까?”
“한 가지 모습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할 수 있을까?”
“친구가 너와 같은 일로 힘들어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니?”
이러한 질문은 아이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조금씩 벗어나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도록 도와줍니다.
나의 콤플렉스를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
자기수용은 한 번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모습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1. 내가 감추고 싶은 모습을 적어보기
먼저 자신이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을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나는 말할 때 자주 긴장한다.”
“나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어렵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일을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마음속에서 막연하게 두려워할 때보다 글로 표현하면 자신과 특징 사이에 작은 거리가 생깁니다.
2. 사실과 평가를 구분하기
“나는 키가 작다”는 관찰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그러나 “키가 작아서 나는 매력이 없다”는 자신의 평가입니다.
“나는 낯선 사람 앞에서 말이 적어진다”와 “나는 사회성이 없는 사람이다”도 다릅니다.
사실과 평가를 구분하면 자신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3. 그 생각이 시작된 순간을 돌아보기
“나는 언제부터 이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했을까?”
“누구의 말이 내게 오래 남아 있을까?”
“그 사람의 평가가 정말 절대적인 사실일까?”
콤플렉스의 뿌리를 살펴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4. 자신에게 새로운 문장을 건네기
처음부터 “나는 이 모습이 정말 좋아”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조금 더 현실적인 문장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야.”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도 존중받을 수 있어.”
“바꾸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나를 미워할 필요는 없어.”
자기수용은 자신을 억지로 사랑하는 것보다 자신을 함부로 미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기수용이 모든 문제를 참으라는 뜻은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과 부당한 대우를 견디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반복적으로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경험한다면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호자와 교사가 함께 개입해야 합니다.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자신의 특징 때문에 일상생활이 크게 위축되거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지나치게 두렵고, 오랫동안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수용은 모든 어려움을 혼자 참는 일이 아닙니다.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세상에는 똑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얼굴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성격도 다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도 모두 다릅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꾸만 ‘평균’이라는 기준을 만들고 그 안에 자신을 맞추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토리의 빨간 머리가 토리를 토리답게 만드는 것처럼, 내가 오랫동안 싫어했던 어떤 모습도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하나의 색일 수 있습니다.
그 색이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장 사랑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먼저 그 모습 때문에 자신 전체를 미워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림책을 덮으며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우면서 자신에게는 유난히 가혹할 때가 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곳부터 찾고, 작은 실수를 오래 자책하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점점 작게 만듭니다.
오늘은 그 시선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내가 가장 감추고 싶었던 모습 하나를 떠올리고 조용히 말해보는 것입니다.
“그래, 이것도 나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장 사랑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먼저 미워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어쩌면 자기수용은 거창한 사랑의 선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나에게도 내 안에서 편안하게 살아갈 자리를 내어주는 것, 바로 그 작은 마음에서 자기수용은 시작됩니다.
마인드렌즈 질문
- 내가 남들에게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 나는 언제부터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했나요?
- 누군가의 말이나 시선이 그 생각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나요?
-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일까요,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평가일까요?
- 예전에는 싫었지만 지금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모습이 있나요?
-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콤플렉스로 힘들어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 그 말을 오늘의 나에게도 건네줄 수 있을까요?
마인드렌즈 한 문장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조금 다른 나에게도 내 안에서 살아갈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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