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짝짝이』가 들려주는 자기수용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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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22
『내 귀는 짝짝이』가 들려주는 자기수용의 심리학
남들과 다른 나를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연습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서, 말이 느려서, 공부가 어렵거나 사람들 앞에 나서는 일이 서툴러서 자신을 부족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외모나 성격, 가족환경처럼 쉽게 바꿀 수 없는 모습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때도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놀림받거나 지적받은 경험이 있다면, 그 다름은 마음속에서 점점 큰 결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히도 반 헤네흐텐의 그림책 『내 귀는 짝짝이』는 한쪽 귀가 축 늘어진 토끼 리키의 이야기를 통해 묻습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정말 고쳐야 할 문제일까요?
이 그림책은 단순히 “다른 것도 괜찮아”라고 위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다름 때문에 상처받은 마음,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고 싶은 간절함,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한쪽 귀가 늘어진 토끼 리키
토끼의 귀는 두 쪽 모두 위로 쫑긋 서 있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키의 귀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쪽 귀는 똑바로 서 있지만 다른 한쪽 귀는 아래로 축 늘어져 있습니다.
친구들은 그런 리키를 놀립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었던 자신의 모습도 친구들이 반복해서 웃고 놀리자 점점 견디기 어려운 결점처럼 느껴집니다. 리키는 늘어진 귀를 다른 귀처럼 세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귀는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의사는 리키의 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고쳐야 할 병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리키의 귀는 그저 다른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내 귀는 짝짝이』는 따돌림받던 리키가 기발한 방법과 유머를 통해 친구들과 다시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리키는 자신의 귀를 없애거나 완전히 바꾸지 않고도 관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어판 책 소개, 플랑드르 문학 공식 작품 소개
우리는 왜 남들과 다르면 불안할까요?
사람에게는 집단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고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은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반대로 나만 다르다고 느끼면 이런 걱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친구들이 멀어지면 어떡하지?”
“이 모습을 바꾸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는 걸까?”
이러한 불안은 아이들에게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갑니다.
외모는 이래야 하고,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며, 어느 나이에는 결혼하거나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는 기준과 비교합니다.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자신이 뒤처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따르는 기준이 곧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아닙니다.
리키의 귀가 잘못된 귀가 아니라 다른 모양의 귀였던 것처럼, 우리의 모습 중에도 결함이 아니라 차이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열등감은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누구나 부족함과 열등감을 경험한다고 보았습니다.
열등감 자체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보완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특정한 약점 하나를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할 때 생깁니다.
“나는 발표가 서툴러”라는 생각이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로 바뀌고,
“나는 친구들과 성격이 달라”라는 생각이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로 확대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한 가지 특징을 근거로 자신의 전체 가치를 낮게 평가하면 자존감도 흔들리기 쉽습니다.
리키에게는 늘어진 귀가 있었지만, 그것이 리키의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리키에게는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끈기와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는 창의성, 사람들을 웃게 하는 유머가 있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한 가지 모습이 나라는 사람의 전체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가 나의 장점을 가릴 때
우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평가할 때가 많습니다.
친구의 성적, 동료의 능력, 다른 사람의 외모와 경제력, SNS에 올라온 행복해 보이는 일상까지 비교의 대상은 끝이 없습니다.
비교가 반복되면 내가 가진 것은 평범하게 느껴지고, 갖지 못한 것만 크게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 전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보여 주는 일부와 내가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공정한 비교가 아닌 셈입니다.
비교를 완전히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교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시선을 다시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저 사람처럼 되어야 해”라는 생각 대신 이렇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이 질문은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향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자기수용은 모든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수용을 “내 단점까지 모두 좋아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자기수용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까지 억지로 사랑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의 모습을 부정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그것도 내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긴장하는 편이구나.”
“나는 남들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구나.”
“이 부분은 아직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가 가치 없는 사람은 아니야.”
이렇게 자신을 평가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먼저 이해하는 것이 자기수용의 시작입니다.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천천히 연습하고, 바꾸기 어려운 부분은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출발점이 자기혐오가 아니라 자기이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네 가지 연습
1. 단점과 나를 분리해 보기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대신 “나는 지금 이 부분을 어려워하고 있어”라고 표현해 보세요.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면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2. 나를 설명하는 단어를 다양하게 적기
종이에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를 열 개 이상 적어 봅니다.
성격, 관심사, 잘하는 일,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 어려움을 견뎌 낸 경험 등을 골고루 적어 보세요. 한 가지 약점으로만 자신을 바라보던 시야가 조금 넓어질 수 있습니다.
3. 비교의 말을 성장의 말로 바꾸기
“나는 저 사람보다 못해”라는 생각이 들면 다음과 같이 바꾸어 봅니다.
“나는 지금 배우는 중이야.”
“나에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어.”
“저 사람의 장점과 나의 가치는 별개의 문제야.”
4. 나에게 친구처럼 말하기
친한 사람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면 어떤 말을 해 줄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실수에는 따뜻하면서 자신의 실수에는 지나치게 가혹할 때가 많습니다. 나에게도 좋은 친구에게 건네는 것과 같은 말이 필요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함께 나누면 좋은 질문
아이와 『내 귀는 짝짝이』를 읽었다면 교훈을 먼저 설명하기보다 아이가 자유롭게 마음을 표현하도록 기다려 주세요.
- 친구들이 놀렸을 때 리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 리키는 왜 귀를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만들고 싶었을까요?
- 의사가 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을 때 리키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리키에게는 짝짝이 귀 말고 어떤 장점이 있었을까요?
- 나에게도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나요?
- 친구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을 때 어떻게 말해 주면 좋을까요?
- 누군가 나를 놀릴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답을 고치거나 평가하지 말고 “그렇게 느꼈구나”라고 받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수용은 자신이 안전하게 받아들여지는 관계 안에서 더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자기수용만 강조해서는 안 되는 이유
누군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복해서 놀리거나 따돌린다면, 상처받은 사람에게 “네가 너 자신을 사랑하면 돼”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책임을 놀림받은 사람에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자기수용과 함께 주변의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합니다. 부모와 교사, 보호자는 놀림을 장난으로 축소하지 말고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반복적인 따돌림으로 불안이나 등교 거부, 수면 문제, 위축된 행동이 나타난다면 학교와 상담기관 등 적절한 도움을 연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힘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다름을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다름은 고쳐야 할 흠이 아닙니다
『내 귀는 짝짝이』는 모두가 특별하다고 막연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 줍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과 똑같아지지 않아도 관계를 맺고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자기수용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지 않습니다.
비교하며 흔들렸다가도 다시 나를 이해하고, 부족한 모습을 비난했다가도 다시 다독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자라납니다.
오늘 거울 속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이 먼저 보인다면 이렇게 말해 보세요.
“이 모습도 나의 일부야. 나는 남들과 달라도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
두 귀의 모양이 달라도 리키는 온전한 토끼입니다.
우리 역시 완벽해서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서툰 모습과 남들과 다른 부분을 지닌 채로도 이미 충분히 소중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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