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립니다…』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심리학
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④
『나는 기다립니다…』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심리학
우리는 평생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갈까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많은 것을 기다립니다. 어린 시절에는 생일을 기다리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방학을 기다립니다.
조금 더 자라면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내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어른이 된 뒤에도 기다림은 끝나지 않습니다. 자녀가 잘 자라기를 기다리고, 누군가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고, 힘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때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다비드 칼리 &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며 수많은 기다림을 보여줍니다.
책 속에는 특별히 거창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도 이렇게 기다리며 살아왔구나.’
오늘은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통해 기다림이라는 마음의 시간을 심리학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1. 기다림은 기대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기다림 속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연락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잘됐으면 좋겠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갑니다. 그래서 기다림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존재합니다.
‘혹시 내가 기다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떡하지?’
희망과 불안. 이 두 가지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기다림의 특징입니다.
2. 우리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기다리는 것의 많은 부분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청소년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부모는 멀리 떠난 자녀가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왜 우리는 사람을 기다릴까요? 인간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우리 마음에 안정감을 줍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단순히 시간이 지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관계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기도 합니다.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나를 보고 싶어 할까?”
“나는 그 사람에게 여전히 중요한 사람일까?”
우리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마음속에는 이런 작은 질문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3. 기다림이 길어지면 외로움이 됩니다
기다림이 언제나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기다리던 사람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다리던 연락이 끝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다리던 관계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기대였던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이 외로움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특히 관계에서의 기다림은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왜 연락하지 않을까?”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나?”
“혹시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이때 우리는 상대방의 행동을 해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 기다림은 불안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침묵이 언제나 나에 대한 거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다림 속에서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보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4. 기다림에는 상실도 있습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다 보면 기다림이 항상 행복한 순간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만나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는 이별도 있고 죽음도 있습니다. 어떤 기다림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에도 우리는 한동안 기다립니다.
전화가 올 것 같고,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릴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가지 못합니다.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 기다림은 그래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움은 어쩌면 사랑했던 관계가 마음속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잊지 못하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일만 해결되면 행복할 텐데.”
“이 사람만 돌아오면 괜찮을 텐데.”
“조금만 지나면 좋은 날이 올 거야.”
그러면서 행복을 미래로 미룹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 흘러갑니다.
오늘 마신 커피 한 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길에서 만난 작은 꽃, 누군가와 나눈 짧은 인사,
좋아하는 음악 한 곡. 이 작은 순간들도 모두 우리의 삶입니다.
기다림 때문에 오늘을 놓치지 않는 것.그것도 마음을 돌보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6. 관계에는 기다림만큼 ‘거리’도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가까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관계에는 적절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너무 멀어지면 외롭고, 너무 가까워지면 숨이 막힐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고, 때로는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다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7. 나의 기다림을 적어보세요
종이 한 장을 꺼내 다음 문장을 완성해 보세요.
나는 지금 __________________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질문합니다. 그것을 기다리면서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설렘일 수도 있습니다. 두려움일 수도 있고, 외로움이나 그리움, 서운함이나 희망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봅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산책을 할 수도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먼저 연락할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면서도 내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건강한 기다림일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수많은 기다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있으면 한 사람의 인생이 아주 가느다란 실처럼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태어나고, 사랑하고, 기다리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것만이 삶은 아닙니다. 기다리는 그 시간 역시 우리의 삶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질문을 자신에게 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기다리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기다리면서도 내 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좋은 날을 기다리고 있다면 오늘 하루에도 작은 좋은 순간이 있는지 찾아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긴 기다림으로 지쳐 있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어도 좋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충분히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기다림 그 자체가 아니라, 기다림과 기다림 사이를 지나온 한 사람의 삶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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