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립니다…』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심리학



 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나는 기다립니다…』가 들려주는 기다림의 심리학
우리는 평생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갈까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아이는 어서 키가 크기를 기다리고, 학생은 방학과 졸업을 기다립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고, 부모는 집을 떠난 자녀의 안부를 기다립니다. 아픈 사람은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리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다시 편안해지는 날을 기다립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바라보며 오늘을 견디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다림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기다림 속에는 설렘과 희망뿐 아니라 불안, 답답함, 외로움과 두려움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다비드 칼리가 글을 쓰고 세르주 블로크가 그림을 그린 『나는 기다립니다…』는 한 사람이 어린아이에서 노인이 되기까지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짧은 문장과 단순한 그림, 책장을 따라 이어지는 빨간 실 하나가 우리의 긴 인생을 조용히 연결합니다. 이 작은 그림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기다림은 나의 오늘을 어떻게 만들고 있을까요?


한 사람의 인생을 이어 주는 빨간 실

『나는 기다립니다…』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와 케이크가 구워지기를 기다립니다. 어서 키가 크고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립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기다림은 계속됩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기를 기다립니다. 결혼한 뒤에는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다툰 날에는 상대가 건네는 화해의 말을 기다립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자녀의 전화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의 대상은 달라지지만 기다림 자체는 삶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림 속 빨간 실은 장면마다 다른 모양으로 변합니다. 때로는 선물의 끈이 되고, 두 사람을 이어 주는 관계가 되며, 아기의 탯줄이나 시간의 흐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평범한 일상과 사랑, 갈등, 전쟁, 탄생과 죽음의 순간이 모두 하나의 실로 이어집니다.

이 빨간 실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이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삶의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기다림이 인생의 일부임을 보여 줍니다. 국내에는 안수연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 정보: 문학동네판 『나는 기다립니다』)


우리는 왜 기다릴까요?

기다림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관련된 마음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지금과는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아픈 몸이 나아질 것이라는 바람, 노력한 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기다림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무런 기대가 없다면 기다릴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때때로 우리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보여 줍니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합격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자신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은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에는 추운 시간을 지나 다시 시작하고 싶은 소망이 들어 있습니다.

기다림을 들여다보면 마음속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는 왜 이것을 기다리고 있을까?”

이 질문은 기다림 속에 숨겨진 사랑과 두려움, 기대와 소망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기다림이 힘든 진짜 이유

기다림이 힘든 것은 시간이 천천히 가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결과를 알 수 없고, 그 결과를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 면접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다릴 때, 답장이 오기를 기다릴 때 우리는 여러 가능성을 상상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보다 “혹시 나쁜 결과가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더 자주 떠오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위험 가능성을 먼저 살피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빨리 확인하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 통제할 수 없음이 기다림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휴대전화를 계속 확인합니다.
  •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반복해서 상상합니다.
  •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 작은 신호에도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 사이를 오가며 감정이 흔들립니다.
  • 기다리는 일이 삶의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반응은 기다림 앞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자신이 예민하거나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기다림은 모두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기다림은 그 성격에 따라 마음에 다른 영향을 줍니다.

설레는 기다림

여행을 앞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 아이의 탄생을 준비하는 시간처럼 좋은 일을 예상하는 기다림입니다. 이런 기다림은 현재의 삶에 활력을 주고 미래를 기대하게 합니다.

불안한 기다림

검사 결과, 시험 결과, 중요한 연락처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기다림입니다. 좋은 결과를 바라면서도 실망하거나 상처받을까 봐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관계 속 기다림

상대방의 연락, 사과, 변화와 이해를 기다리는 경우입니다. 관계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기다림이 길어지면 서운함과 분노가 쌓일 수 있습니다.

회복을 위한 기다림

몸과 마음이 낫기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회복에는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좋아졌다가 다시 힘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을 견디는 기다림입니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마음의 피로도 깊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기다림을 무조건 참고 견디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며, 이 기다림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됩니다

우리는 종종 원하는 일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삶이 시작될 것처럼 생각합니다.

“취업하면 행복해질 거야.”

“그 사람이 돌아오면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이 문제가 해결되면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거야.”

물론 중요한 일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것에 마음을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결과만 바라보다 보면 현재의 삶이 잠시 멈춘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는 기다림을 인생의 빈 시간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로 보여 줍니다.

주인공은 기다리면서 자라고, 사랑하고, 다투고, 일하고, 가족을 이루며 나이가 들어갑니다. 기다림이 끝난 뒤에 삶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미래를 기다리면서도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기다림이 내 삶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삶의 전부가 되도록 내버려 둘 필요는 없습니다.






기다림을 잘 견디는 다섯 가지 방법

1. 내가 기다리는 것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기

“나는 행복을 기다린다”는 말은 너무 막연합니다.

행복이 나에게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누군가의 연락을 원하는 것인지,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인지, 마음이 편안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인지 적어 봅니다.

기다림의 대상을 분명히 하면 그 안에 담긴 진짜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기

결과, 다른 사람의 마음, 이미 지나간 일은 내가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행동, 생활 습관,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종이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다른 쪽에는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것’을 적어 보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사용하면 무력감이 조금 줄어듭니다.

3. 확인하는 횟수를 정하기

연락이나 결과를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계속 확인하면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한 시간에 한 번만 확인하기”,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확인하기”처럼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보세요. 기다림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활동으로 주의를 옮기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기다림 사이에 작은 일상 넣기

산책하기, 따뜻한 차 마시기, 책 읽기, 식사 챙기기처럼 결과와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계획해 보세요.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의 하루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작은 일상은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마음을 붙잡아 주는 닻이 됩니다.

5. 혼자 기다리지 않기

힘든 기다림일수록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결책을 얻지 못하더라도 “나는 지금 많이 불안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마음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관계 속 기다림에는 경계가 필요합니다

기다림은 사랑의 한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기다림이 사랑을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언젠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믿으며 계속 상처를 견디거나, 연락이 올 때까지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거나, 사과를 기다리며 오랜 시간 관계에 붙잡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 이 기다림은 나에게 희망을 주고 있나요, 지치게 하나요?
  • 상대방도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나요?
  • 나는 기다리면서 무엇을 잃고 있나요?
  •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지 기준이 있나요?
  • 기다리는 대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기다림에는 인내가 필요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경계도 필요합니다. 기다리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역시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나누는 질문

이 그림책을 읽은 뒤에는 빨간 실이 어떤 의미로 느껴졌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면 좋습니다.

  1. 가장 오래 바라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요?
  2. 어린 시절 가장 기다렸던 것은 무엇인가요?
  3. 지금 가장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4. 기쁜 기다림과 힘든 기다림은 어떻게 다른가요?
  5. 누군가의 연락을 오래 기다린 적이 있나요?
  6. 내가 먼저 건네야 할 말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나요?
  7. 기다리는 동안 나를 도와준 사람은 누구인가요?
  8. 기다림을 포기해서 오히려 편안해진 경험이 있나요?
  9. 그림 속 빨간 실은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나요?
  10. 앞으로 기다리고 싶은 삶의 장면은 무엇인가요?

아이와 함께 읽는다면 빨간 털실을 이용해 ‘나의 기다림 지도’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기다렸던 일, 지금 기다리는 일, 앞으로 만나고 싶은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한 뒤 빨간 실로 연결해 보세요.


기다림을 무조건 아름답게만 보지 마세요

기다림에는 희망이 있지만, 모든 기다림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거나 계획했던 미래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힘든 사람에게 “기다리면 다 잘될 거야”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희망을 주려는 말이 오히려 상대의 현실적인 고통을 가볍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다림 때문에 불안과 불면이 심해지거나 일상생활이 오랫동안 어려워진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주변 사람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은 기다림을 포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불확실한 시간을 조금 더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한 선택입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기다립니다…』 속 빨간 실은 한 사람의 어린 시절에서 노년까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기다림의 대상은 계속 달라집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아이는 사랑을 기다리는 청년이 되고,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부모가 되며, 자녀의 안부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노인이 됩니다.

그렇게 우리는 평생 무언가를 기다립니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며, 다시 찾아오기를 바라는 계절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미래만 바라보느라 오늘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기다리면서도 따뜻한 밥을 먹고, 곁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햇살과 바람을 느껴야 합니다. 기다림이 끝나는 날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날까지 살아낸 모든 시간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나요?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 오늘의 자신에게 무엇을 건네고 싶나요?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빨간 실처럼 때로는 팽팽해지고 헝클어지더라도, 삶은 또 다른 사람과 계절, 새로운 희망을 향해 이어집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회복탄력성이란? 힘든 일을 겪고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