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들려주는 자존감의 심리학

 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이 들려주는 자존감의 심리학


“나는 못해요”라는 마음은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저는 그림을 못 그려요.”

“아무리 해도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괜히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창피하잖아요.”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해 본 적이 있나요?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가 조용히 물러날 때가 있습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첫걸음을 내딛기가 더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처음부터 멋진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빈 종이 한 장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피터 H. 레이놀즈의 그림책 『점』은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던 한 아이가 작은 점 하나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자신감이 충분해진 뒤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게라도 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아이, 베티

미술 시간이 끝났지만 베티의 도화지는 여전히 비어 있습니다.

선생님이 다가오자 베티는 자신은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말합니다. 무엇을 그려도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아예 시작하지 못한 것입니다.

선생님은 베티에게 거창한 그림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저 종이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겨 보도록 권합니다.

베티는 화가 난 듯 펜으로 종이를 꾹 눌러 점 하나를 찍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 그림에 이름을 써 보라고 합니다.

며칠 뒤 베티는 자신이 찍은 작은 점이 멋진 액자에 담겨 선생님의 책상 위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순간 베티의 마음에 작은 변화가 생깁니다.

“저것보다 더 멋진 점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베티는 여러 가지 색과 크기의 점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작은 점, 커다란 점, 알록달록한 점과 점이 없는 점까지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그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피터 H. 레이놀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점』은 창의성과 자신감, 작은 시작의 힘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국내에는 김지효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도서 정보: 『점』)


베티는 왜 점 하나도 그리지 못했을까요?

베티가 그림을 그리지 못했던 이유는 능력이 전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잘할 수 없다고 이미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림을 못 그려.”

“내가 그리면 분명 이상할 거야.”

“다른 아이들보다 못하면 창피할 거야.”

이러한 생각을 믿으면 시도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시도하지 않으니 연습할 기회도 없고,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나는 못한다”는 믿음이 더 단단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은 하나의 순환을 만듭니다.

‘나는 못한다’는 생각이 시도를 막고, 시도하지 않은 결과가 다시 ‘역시 나는 못한다’는 믿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 순환을 끊으려면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작은 행동이 필요합니다. 베티에게는 그 행동이 점 하나를 찍는 일이었습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은 어떻게 다를까요?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입니다.

무언가를 잘했을 때만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부족한 모습이 있어도 자신을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자신감은 특정한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느끼는 믿음입니다. 그림에는 자신이 없지만 운동에는 자신이 있을 수 있고, 발표는 두려워도 글쓰기에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심리학 개념으로 ‘자기효능감’이 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과제나 상황에서 필요한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세 개념을 쉽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존감: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
  • 자신감: “나는 이 일을 잘할 수 있다.”
  • 자기효능감: “어려움이 있어도 방법을 찾고 시도할 수 있다.”

『점』에서 베티는 처음부터 그림을 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점을 찍고, 그것이 존중받는 경험을 한 뒤 여러 점을 그리며 자기효능감을 키워 갑니다.

작은 시도가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고, 반복된 경험이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변화시킨 것입니다.








선생님은 무엇을 다르게 했을까요?

베티의 선생님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아이의 그림과 비교하지도 않았고, 베티 대신 그림을 그려 주지도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베티가 남긴 작은 흔적을 하나의 표현으로 인정했습니다.

점 하나를 액자에 넣어 준 행동은 단순한 칭찬 이상이었습니다. 베티가 한 행동에는 가치가 있고, 더 탐색해 볼 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누군가의 가능성을 믿어 주는 태도는 그 사람에게 새로운 자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던 아이가 자신이 만든 점이 소중하게 다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한 것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해 볼 수 있겠구나.”

“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싶다.”

좋은 격려는 상대에게 능력이 있다고 대신 선언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시도하고 확인할 수 있는 작은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막연한 칭찬보다 과정에 대한 인정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기 위해 “넌 최고야”, “넌 뭐든지 잘해”라고 자주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말이 순간적으로 기분을 좋게 할 수는 있지만, 언제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실제 경험과 맞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계속 최고여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만 칭찬하면 실패를 피하려는 마음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정말 잘 그리는구나”보다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과정과 선택을 알아봐 주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결국 시작했구나.”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해 보았네.”

“생각대로 되지 않았는데 다른 방법을 찾아봤구나.”

“어제보다 선을 더 오래 그렸구나.”

“포기하고 싶었는데 끝까지 해 보았네.”

이러한 말은 아이가 무엇을 잘했는지 이해하게 하고, 자신의 노력과 선택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습니다.

칭찬의 목적은 칭찬하는 사람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경험을 믿을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완벽주의가 첫걸음을 막을 때

“제대로 하지 못할 바에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

이 생각은 완벽주의에서 자주 나타납니다.

완벽주의가 있는 사람은 기준이 높을 뿐 아니라 실수와 부족함을 자신의 가치와 연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단순히 한 번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증거처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을 미루고, 준비만 계속하거나, 잘할 수 있는 일만 선택합니다. 겉으로는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마음속에는 실패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점』은 완벽주의를 벗어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보여 줍니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려고 하지 말고 우선 점 하나를 찍는 것입니다.

글을 쓰고 싶다면 완성된 글이 아니라 한 문장을 적고,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한 시간 계획보다 5분만 걸어 봅니다. 새로운 공부가 두렵다면 책 한 권을 모두 이해하려 하지 말고 첫 페이지부터 읽어 봅니다.

시작의 크기를 줄이면 두려움도 조금 작아집니다.


작은 성공 경험이 자신감을 키웁니다

자신감은 생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잘할 수 있어”라고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작은 행동을 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베티가 달라진 이유는 선생님이 칭찬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신이 직접 점을 찍고, 다시 다른 점을 그리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성공은 다음 행동을 가능하게 합니다.

점 하나를 찍으니 다른 색의 점을 그리고 싶어집니다. 작은 점을 그린 뒤에는 더 큰 점에도 도전할 수 있습니다.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방식과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자기효능감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거창한 성공 한 번보다 “한번 해 보니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는 경험이 쌓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른의 자존감에도 ‘점 하나’가 필요합니다

『점』은 아이들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른들도 자신이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 앞에서 쉽게 멈춥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나는 원래 기계에 약해서 못해.”

“그림을 배워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겠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잘하는데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었어.”

그러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완성된 결과와 나의 시작을 비교하면 누구나 자신감을 잃게 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단한 재능을 증명하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점을 찍어 보는 것입니다.

첫 수업에 신청하기, 도구를 꺼내 놓기, 한 줄 써 보기,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 10분 동안 연습하기가 어른에게 필요한 점 하나일 수 있습니다.

늦은 시작도 시작입니다.









자존감을 키우는 여섯 가지 실천 방법

1. “못해” 뒤에 “아직”을 붙이기

“나는 그림을 못 그려”를 “나는 아직 그림이 익숙하지 않아”로 바꾸어 보세요.

‘아직’이라는 말은 현재의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변화 가능성을 남겨 둡니다.

2. 시작의 크기를 줄이기

목표가 너무 크면 시작하기 어렵습니다.

책 한 권 읽기 대신 하루 다섯 쪽 읽기, 매일 운동하기 대신 오늘 10분 걷기처럼 당장 할 수 있는 크기로 줄여 보세요.

3. 결과보다 시도를 기록하기

잘했는지 못했는지만 평가하지 말고 오늘 시도한 일을 적어 보세요.

“오늘 질문을 하나 했다.”

“그림을 10분 그렸다.”

“미뤄 둔 전화를 걸었다.”

작은 행동을 눈으로 확인하면 자신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4. 비교의 방향 바꾸기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내가 부족한 부분만 크게 보일 수 있습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해 보세요. 속도가 느리더라도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을 시도했다면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5. 실수를 정보로 바라보기

실수는 자신의 가치가 낮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어떤 방법이 잘 맞지 않았는지 알려 주는 정보로 생각해 보세요. 실수한 뒤에는 “나는 왜 이것도 못할까?”보다 “다음에는 무엇을 바꾸어 볼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6. 자신에게도 이름을 써 주기

베티가 점 아래에 자신의 이름을 쓴 것은 자신이 만든 표현을 인정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작더라도 자신이 해낸 일에 이름을 붙여 보세요.

“내가 처음으로 그린 그림.”

“내가 용기 내어 건넨 말.”

“내가 포기하지 않고 마친 일.”

내가 만든 흔적을 스스로 인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자신감을 지켜 주는 어른의 말

아이가 “저는 못해요”라고 말할 때 곧바로 “아니야, 넌 잘해”라고 부정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잘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가 보네.”

“다른 친구와 비교되어 속상했구나.”

감정을 이해해 준 뒤 작은 시도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부터 해 보면 좋을까?”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한 번만 해 볼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말해 줄래?”

“우선 점 하나만 찍어 보는 건 어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정답을 알려 주는 어른이 아니라, 스스로 해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어른일 수 있습니다.








『점』을 읽고 나누면 좋은 질문

  1. 베티는 왜 빈 종이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요?
  2. 선생님은 왜 작은 점을 액자에 넣었을까요?
  3. 베티의 마음은 언제부터 달라졌을까요?
  4. 베티가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을 그려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5. 내가 “못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6. 그 일을 아주 작게 시작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7. 누군가 나의 가능성을 믿어 준 경험이 있나요?
  8. 내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작은 일은 무엇인가요?
  9. 베티는 왜 다른 아이에게 자신이 받은 격려를 건넸을까요?
  10. 오늘 내가 찍고 싶은 ‘첫 번째 점’은 무엇인가요?

독서 후에는 종이에 점 하나를 찍고 그 점에서 떠오르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 보세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같은 점에서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경험하는 활동입니다.


자존감은 항상 자신 있게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상처받으며, 자신감을 잃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자존감은 흔들리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흔들릴 때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힘에 가깝습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하지?”라고 비난하는 대신 “지금은 어렵지만 작은 것부터 다시 해 볼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태도입니다.

또한 모든 어려움을 칭찬과 긍정적인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되는 실패 경험, 지나친 비난, 따돌림이나 관계의 상처 등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깊어졌다면 안전한 관계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무가치하게 느끼는 마음이 오래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크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상담이나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사람의 가능성은 작은 점에서 시작됩니다

『점』에서 선생님은 베티에게 완성된 그림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자리를 열어 주었습니다. 그 작은 점은 새로운 점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베티만의 작품 세계가 되었습니다.

더 아름다운 것은 베티가 자신이 받은 믿음을 다른 아이에게 건넨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격려가 필요했던 베티가 이제 누군가의 시작을 도와주는 사람이 됩니다. 한 사람의 믿음이 다른 사람의 가능성을 깨우고, 그 믿음이 다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 것입니다.

우리 안에도 아직 찍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잘하지 못할까 봐 미뤄 둔 일,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 포기한 꿈, 다른 사람의 평가가 두려워 숨겨 둔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멋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작은 점 하나를 찍어 보세요. 한 문장을 쓰고, 한 번 질문하고, 한 걸음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작은 흔적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시작하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점을 찍지 않으면 어떤 길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당신이 오늘 찍고 싶은 첫 번째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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