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기』가 알려주는 감정의 비밀 내 마음은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요?
그림책 심리학 시리즈 ③
『마음먹기』가 알려주는 감정의 비밀
내 마음은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요?
내 마음은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요?
“오늘부터 걱정하지 말아야지.”
“화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이번에는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힘든 상황을 만날 때 마음부터 바꾸려고 합니다. 좋은 마음을 먹으면 행동도 달라지고, 삶도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마음은 결심한 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걱정이 커지고, 화를 참으려고 할수록 속이 더 답답해질 때가 있습니다.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눈물이 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자꾸만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신을 탓하기 쉽습니다.
“왜 나는 마음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할까?”
“내가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된다는데 왜 안 될까?”
그러나 감정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감정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선택하기 전에 몸과 뇌가 상황을 빠르게 해석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자현 작가가 글을 쓰고 차영경 작가가 그림을 그린 『마음먹기』는 ‘마음’을 음식에 빗대어 유쾌하게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마음을 졸이고, 들들 볶고, 뒤집고, 뒤섞고, 때로는 새카맣게 태워 버리는 모습을 통해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우리 마음을 보여 줍니다.
마음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우리는 감정을 어디까지 조절할 수 있을까요?
마음을 요리한다는 기발한 상상
『마음먹기』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에 재미있는 상상력을 더합니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마음에 품었다”고 말하고, 걱정이 생기면 “마음을 졸인다”고 합니다. 속상한 일이 계속되면 “마음고생을 했다”고 말하며,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고 표현합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말 속에서는 음식처럼 삶고, 볶고, 뒤집고, 섞고, 먹을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그림책은 이러한 표현을 실제 요리 장면처럼 보여 줍니다. 여러 모양과 색깔을 가진 마음이 다양한 음식으로 변하는 모습은 즐겁고 유쾌하지만, 그 안에는 중요한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나는 오늘 내 마음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거칠게 몰아붙이지는 않았을까요? 불안한 마음을 들들 볶거나, 슬픈 마음을 뜨겁게 달구거나, 속상한 마음을 오랫동안 졸이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마음먹기』는 마음을 무조건 통제하라고 말하기보다,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가만히 들여다보게 합니다.
감정은 왜 마음먹은 대로 바뀌지 않을까요?
감정은 단순한 생각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뇌와 몸이 그 의미를 빠르게 판단하면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반응입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면 “무서워해야지”라고 결심하기 전에 심장이 빨리 뛰고 몸이 긴장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했다고 느끼면 화를 내기로 결정하기 전에 얼굴이 뜨거워지고 목소리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대부분 자동으로 시작됩니다.
과거의 경험, 현재의 상황, 몸의 피로, 관계에 대한 기대, 기억과 생각 등이 함께 작용하면서 감정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불안해하지 말아야지”라고 마음먹는 것만으로 불안이 곧바로 사라지지 않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감정 자체를 완벽하게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올라온 뒤 그것을 알아차리고 어떻게 표현하며 행동할지는 조금씩 선택하고 연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감정 조절의 중요한 비밀이 있습니다.
감정은 명령해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고 다루는 것입니다.
마음과 감정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으로 나누는 데 익숙합니다.
기쁨과 즐거움은 좋은 감정이고, 불안과 분노, 질투와 슬픔은 나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편한 감정이 생기면 빨리 없애거나 감추려고 합니다.
그러나 모든 감정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습니다.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도록 돕고, 분노는 나의 경계가 침해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슬픔은 소중한 것을 잃었다는 신호이며, 외로움은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욕구를 보여 줍니다. 질투 역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찾아오는 적이 아닙니다.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마음의 신호에 가깝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 그 자체보다 감정에 휩쓸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입니다.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상대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는 행동은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은 잘못이 아니지만, 불안 때문에 모든 만남을 피하기 시작한다면 생활의 폭이 점점 좁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감정과 행동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가 나면 안 돼”가 아니라 “지금 화가 났지만 어떻게 표현할지는 선택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마음을 억누를수록 더 커지는 이유
속상한 일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아”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슬프지만 울면 약해 보일까 봐 참기도 하고, 화가 나지만 관계가 깨질까 봐 마음속에 묻어 두기도 합니다.
잠시 감정을 참는 것은 상황에 따라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한 감정을 계속 무시하고 억누르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몸의 긴장, 두통, 피로, 소화 불편, 불면처럼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거나 사소한 일에 갑자기 폭발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 말자”고 애쓸수록 그 생각이 더 자주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음속에서 밀어내려는 힘만큼 그 감정을 계속 확인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감정을 마음대로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불편한 마음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불안하면 안 돼”라고 명령하기보다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라고 인정해 주세요.
마음은 꾸중을 들을 때보다 이해받을 때 조금씩 안정됩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마음 요리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마음을 졸일 때
발표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클수록 실수할까 봐 걱정됩니다. 이때 “긴장하지 말자”고 반복하면 오히려 긴장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잘하고 싶어서 긴장되는구나”라고 감정의 이유를 이해해 보세요. 긴장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천천히 호흡하고 첫 문장을 미리 연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됩니다.
상대의 말을 계속 마음속에서 볶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무심코 한 말을 하루 종일 떠올리며 “왜 그런 말을 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가 실제로 한 말은 무엇이고, 내가 그 말에 더한 의미는 무엇인지 적어 보면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정리됩니다.
자신을 뜨겁게 몰아붙일 때
실수한 뒤 “왜 그것밖에 못 했어?”, “나는 항상 이래”라고 자신을 비난하면 마음은 점점 지치게 됩니다.
잘못을 돌아보는 것과 자신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번에는 실수했지만, 다음에 보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바꿔 보세요.
걱정을 오래 졸이고 있을 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반복해서 상상하면 걱정의 맛은 점점 진해집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하고, 지금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걱정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음을 건강하게 다루는 다섯 가지 방법
1. 감정에 정확한 이름 붙이기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기보다 어떤 감정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보세요.
- 서운하다
- 불안하다
- 억울하다
- 부끄럽다
- 외롭다
- 답답하다
- 실망스럽다
- 두렵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막연했던 마음을 조금 떨어져 바라볼 수 있습니다.
2. 몸의 신호 살펴보기
감정은 몸을 통해 먼저 나타나기도 합니다.
가슴이 답답한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얼굴이 뜨거운지, 배가 불편한지 살펴보세요. 몸의 신호를 알아차리면 감정이 너무 커지기 전에 쉬거나 호흡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3. 사실과 생각을 구분하기
“친구가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를 싫어해서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석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해석을 사실처럼 믿으면서 더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면 감정의 강도가 조금 낮아질 수 있습니다.
4. 감정과 행동 사이에 잠깐 멈추기
화가 날 때 바로 말하거나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잠시 멈춰 보세요.
천천히 호흡하기, 물 한 잔 마시기, 잠시 자리에서 벗어나기, 하고 싶은 말을 먼저 종이에 적어 보기 등이 도움이 됩니다.
이 짧은 멈춤은 감정을 없애지는 않지만, 후회할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자신에게 다정한 말 건네기
마음이 힘들 때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왜 이것도 못하니?” 대신 다음과 같이 말해 보세요.
“지금 많이 긴장했구나.”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속상할 수 있어.”
“오늘 잘하지 못했어도 다시 해 볼 수 있어.”
“당장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자기 위로는 나약함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할 힘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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